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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Life

밀가루 대신 콩가루로 건강 챙기기

by 이야기숲스무고개 2024. 3. 17.

밀가루 대신 콩가루로 건강 챙기기

콩가루

서구식 식습관 중 건강에 해로운 점 하나는 식단에 섬유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먹으면, 심장 질환 및 조기 사망 위험이 줄어드는 등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과일, 채소, 두류(대두, 팥, 녹두, 땅콩 등 완숙돼 건조 상태로 수확하는 모든 콩을 아우르는 명칭), 통곡물 등 자연식품으로 섬유질 섭취를 늘리려면, 좋아하는 음식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파스타와 칩, 아침 식사용 시리얼, 시리얼 바 등 일반적으로 섬유질이 적었던 식품군에서도 고섬유질 대체재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체 식품이 정말 기존 식품보다 낫다고 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렌틸콩이나 병아리콩 같은 두류를 많이 먹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두류는 다른 식품보다 몸속에서 소화되는 속도가 느려서, 혈당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그 때문에 2형 당뇨병과 심장병 같은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가르치는 피터 엘리스는 "감자를 먹으면 혈당이 큰 폭 상승하지만, 두류를 먹으면 혈당 지수와 인슐린 반응이 훨씬 적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두류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지방 함량이 낮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말하는 '완전 단백질’은 아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모든 아미노산 중 들어있지 않은 것이 있어, 육류나 달걀에 비해 단백질로서의 가치가 낮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두류를 파스타와 같은 밀가루 식품과 함께 섭취할 것을 권하는 이유다.

 

식품 제조업체는 파스타에 섬유질을 더하는 방법으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가루(보통 밀가루)를 렌틸콩, 병아리콩, 파바빈 등 섬유질이 풍부한 대체재 가루로 바꾸기도 한다. 2020년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연구원 소피 사겟은 병아리콩 가루로 만든 파스타와 듀럼 밀가루로 만든 전통 파스타의 영양 성분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병아리콩 파스타에 함유된 단백질과 섬유질, 필수 지방산이 각각 1.5배, 3.2배, 8배 더 많았다.

 

사겟은 병아리콩 가루로 만든 파스타를 통해서 두류를 훨씬 더 쉽게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식사가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는 좋은 방법도 된다고 했다. "두류는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원입니다.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면 포만감을 빨리 느낄 수 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지 않게 됩니다.”

 

이쯤 되면 두류 기반 파스타가 전통적인 듀럼 밀 파스타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겟의 연구에 따르면, 두류로만 만든 파스타가 듀럼 밀 파스타를 밀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두류를 가공하는 과정 때문이다. 가공 과정이 항상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엘리스는 건조 상태 두류의 영양소는 체내 이용률이 낮지만, 갈아서 가루로 만들면 세포 차원의 구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두류를 통째로 먹더라도 조리 과정에서 단백질이 든 세포와 영양소가 분리된다”며 “하지만 두류 파스타는 이보다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류를 가루로 만들기 위해 갈아버리는 과정에서 모든 세포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파바콩으로 만든 가루는 섬유질이 많아서, 밀가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엘리스는 이러한 가공을 통해 영양 성분이 정확히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고, 두류 파스타의 영양 성분은 제조업체의 제조방식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두류는 다양한 성분이 포함된 매우 복잡한 재료”라고 말했다. “식단에서 식물성 식품 비중을 늘리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두류로 만든 파스타가 장기적으로 유익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맛 테스트

모든 새로운 식품, 특히 대중이 선호하는 음식을 모방한 식품의 가장 큰 과제는 맛과 식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레딩대학에서 영양 및 식품 과학을 가르치는 군터 쿤레도 이 점이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그는 "너무 건강한 맛이 나면 사람들이 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대체 식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죠." 그는 그런 맥락에서 두류 파스타는 "틈새 제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맛은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스타가 기존 방식과 다르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맛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두류 가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하드머다즈’의 전무이사인 닉 솔트마시는 이탈리아의 전통 파스타도 두류 가루로 파스타를 만든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하드머다즈에서 파스타를 만든 지오바니 카를레스키 역시 처음에 두류를 활용한 파스타를 만들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솔트마시는 "하지만 두류 가루를 사용한 진짜 이탈리아 파스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의 승부욕이 불타올랐다”고 했다.

밀가루만 사용하던 제품에 두류 가루를 추가하면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엠머 밀가루와 두류 가루를 절반씩 섞은 이 회사의 최종 결과물은, “독특하다”는 솔트마시의 말처럼 밀가루만으로 만들었던 기존의 파스타와는 다른 맛을 낸다. 대중적인 제품과 맛과 모양이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솔트마시는 "제품이 (기존의 익숙한 제품과) 약간 다를 때는, 어떤 맛이 나야 한다는 선입견을 극복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류 파스타가 실제로 그렇게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두류 가루로 파스타 같은 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이탈리아 밖에서도 널리 사용됐다. 식품 역사가 레베카 얼 역시 두류로 만든 파스타가 최근에 생긴 유행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수백 년 동안 두류 가루의 건강상의 이점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밤가루와 쌀가루로 음식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최근인 18세기 무렵 프랑스에서는 렌틸콩과 강낭콩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가루를 지금처럼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가루로 홍보하기 시작했죠."

 

백색 밀가루가 지금처럼 가장 보편적인 밀가루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산업 혁명에 힘입은 가격 하락이다. 또한 밀가루는 역사적으로 상류층과 연관돼 인기를 얻기도 했다. 얼은 “중세 시대에는 밀 수확량이 많지 않아서 가격이 비쌌다”고 말했다. “밀은 푹신한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고급스러운 특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밀이 저렴해진 뒤에도, 꾸준히 선호되는 재료로 남았죠.”

 

백색 밀가루는 소화가 잘돼, 영양가도 더 높은 식재료로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섬유질이 많은 대체 가루가 일반적으로 건강에 더 좋다는 게 정설이 됐다.

 

과거 선조들의 지식을 현재로 가져오기

일부 파스타 애호가들은 두류 가루로 만든 파스타를 마뜩잖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파바빈 가루로 만든 빵과 관련된 3년간의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두류 가루가 어떻게 주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레딩대학 영양학 교수인 줄리 러브그로브는 밀가루의 25% 정도를 파바빈 가루로 대체해 기존 빵에 비해 단백질과 철분, 아연, 섬유질이 더 풍부한 빵을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백색 가공 밀가루로 만든 제품이 더 영양가 있다고 알려졌었지만, 최근 통곡물 가루가 건강에 더 좋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이를 파스타에 적용해 듀럼 밀을 두류로 대체하면, 빵을 대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영양소는 높아지고 혈당지수는 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레이징 더 펄스 프로젝트’는 다양한 콩을 재배한 뒤, 철분과 영양분이 풍부한 콩을 골라 건조 및 제분을 했다. 그리고 제빵사와 협력해 최종 제품을 만들었다. 이 제품은 대학 캠퍼스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빵과 최대한 똑같이 만들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도 빵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두류가 많이 들어간 식품을 개발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이 그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저 학문적인 실험으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류가 풍부한 빵이 표준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요.”

 

두류 파스타를 자신의 식단에 추가했을 때 생기는 건강상의 이점은 이 음식이 기존의 어떤 음식을 대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겟은 식물성 가공식품을 대신하는 경우, 두류 파스타가 비교적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콩으로 만든 햄버거에 비해 콩 파스타가 상대적으로 가공이 덜 들어간다”고 말했다.

 

두류로 만든 파스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하지만 두류의 건강상 이점에 대한 많은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두류로 만든 파스타로 보통의 밀가루 파스타를 대체하는 것은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 하지만 두류 파스타로 두류 및 자연식품을 대체하는 것은 그다지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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