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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Life

달콤 쌉살한 다크초콜릿, 많이 먹어도 건강에 괜찮을까

by 이야기숲스무고개 2024. 3. 14.

달콤 쌉쌀한 다크초콜릿 많이 먹어도 건강에 괜찮을까

다크초콜릿의 유혹

우리는 오랫동안 초콜릿을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다크 초콜릿은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인간은 수백 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 초콜릿을 섭취했으며, 주로 카카오 열매로 만든 음료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일부 문화권에서 카카오에 설탕, 우유 등을 추가하고 반짝이는 포장으로 치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카카오를 섭취하는 사람들은 초콜릿이 과연 건강에 좋은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북아메리카 최남단 파나마의 산블라스 제도에 사는 쿠나 원주민은 나이가 들어도 고혈압, 심장마비, 당뇨, 암 등의 발병 확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다고미국암학회(ACS)의 마지 맥컬로프 선임연구원은 밝혔다. 고염 식단이 고혈압을 부를 수 있다는 과학계의 설명과 달리 쿠나 원주민들의 식단 염분 농도 또한 평균적인 미국인의 식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맥컬로프 선임은 쿠나 원주민의 식단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이들을 직접 찾았다. 그 결과 물과 설탕 약간, 카카오를 섞은 음료를 매일 4잔가량 마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맥컬로프 선임은 쿠나 원주민의 건강 비결을 확실하게 카카오 섭취 덕으로 결론지을 수 없었다.

이들은 미국인들의 평균보다 과일은 2배 정도, 생선은 4배 정도 더 섭취했으며, 서방 국가의 국민보다 육체 활동량이 더 많은 등 여러 다른 잠재적 요인이 있었다. 한편 조앤 맨슨 미 하버드의대 교수도 "다크 초콜릿이 심장 건강에 좋은 점을 살핀  연구가 여럿 있긴 하지만, 초콜릿을 비교적 자주 먹는 사람들은 크게 체중 걱정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편향된 연구 결과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연구 실험 참여자들이 애초에 건강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어떤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건강 상태가 좋은 2만 명의 식단을 조사한 결과 밀크초콜릿 등 초콜릿을 하루에 100g 먹으면 심장병과 뇌졸중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면서도 흡연이나 운동 습관 등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른 요소를 통제한 상태에서 연구하긴 했으나, 여전히 초콜릿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후엔 식단이나 생활 습관 같이 잠재적으로 가능한 요인을 통제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가 건강상 이로운 요인이 베리류나 차에서도 발견되는 식물 화합물인 플라노보이드 함유량이 많기 때문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 실험이었다.

파나마의 산블라스 제도 원주민들은 플라바놀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규칙적으로 마신 덕에 예상보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

2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코코아 보충제 및 종합비타민 연구 결과 매일 보충제로 플라바놀(플라보노이드 계열)을 400~500mg을 섭취한 경우 체내 혈압과 염증 수치가 줄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줄어들었다. 실험을 이끈 맨슨 교수는 실제 카카오 대신 보충제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수확, 제조, 가공 방식의 차이로 초콜릿 브랜드마다 플라보노이드 함유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크 초콜릿은 차보다 플라노보이드 함유량이 최대 4배 높을 수 있으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제조 과정에서 플라바놀 함량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건강상 이점을 얻기 위해선 코코아 플라바놀을 얼마만큼 섭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현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게 군터 쿤레 영국 레딩대 영양 및 식품 과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코코아 플라보노이드 약 200mg, 즉 다크 초콜릿 10g 정도가 건강에 유익하다고 안내한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일 섭취량 약 500mg 정도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이는 30g짜리 작은 초콜릿 한 개에 조금 못 미치는 양이다.

연구에 따르면 카카오가 건강상 이로운 원인으로는 플라노보이드라는 식물 화합물의 함유량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쿤레 교수는 "초콜릿의 플라바놀 함유량을 증가시킨다고 해서 초콜릿이 '건강한 식품'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다크 초콜릿에는 테오브로민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화합물도 들어가 있다. 커피나무를 제외하면 테오브로민을 함유한 식물은 드물다.

테오브로민 또한 카페인과 마찬가지로 각성효과가 있으나, 카페인보다 "부드럽게 작용"한다는 게 영국 웨스트오브잉글랜드대 크리스 알포드 응용 심리학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초콜릿이 진해질수록 각성 효과도 커진다고 한다. 알포드 교수는 "다크 초콜릿을 많이 먹는다면 각성 정도가 정말 강해질 수 있는데, 테오브로민 섭취가 카페인 섭취보다 더 낫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다크 초콜릿엔 보통 설탕도 들어있지만, 밀크초콜릿보다 코코아 함유량이 높은 초콜릿을 선택하면 설탕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초콜릿의 어두운 면

코코아 플라바놀 보충제로 효과를 시험하다 보면 다크 초콜릿에 들어가는 다른 성분들을 고려하지 못하게 된다. 바로 설탕과 포화지방이다. 실제로 다크 초콜릿에 종종 들어가는 코코아 버터엔 심장 질환을 유발한는 포화지방 함유량이 많다.

영국 벨파스트의 퀸스대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에딘 캐시디 교수는 "초콜릿의 지방은 모두 코코아 버터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스테아르산(지방산의 일종)은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이 중성적이지만, 코코아 버터 속 지방의 3분의 1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상 이점을 얻기 위해선 코코아 플라바놀을 얼마만큼 섭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현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초콜릿이 혹여 심장병 발병 위험을 높이진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심장병 예방을 위해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으나, 어떤 논문에 따르면 규칙적인 다크 초콜릿 섭취는 결론적으로 건강에 유익할 가능성이 크며, 그중에서도 심장 건강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리고 소량의 다크 초콜릿 섭취는 좋지 않은 식습관 극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영국 애스턴 의과대의 듀안 멜러 영양사의 설명이다. "소량 섭취는 몸에 해롭지 않을 것이며, 초콜릿에 대한 개인의 감정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량을 섭취하기에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고, 특유의 씁쓸함으로 어느 정도 섭취량도 제한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초콜릿 속 코코아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높을수록 쓴맛이 나고, 쓸수록 상품성이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멜러 영양사는 "코코아는 (건강에) 유익할 수 있지만, 초콜릿의 맛과 즐거움을 위해 함께 넣는 재료는 상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초콜릿 속 지방과 설탕은 플라보노이드가 체내에서 잘 활용 및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플라바놀은 복잡한 유기 화합물이다. 인체가 이 화합물을 흡수해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플라바놀에 설탕을 붙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초콜릿에 들어 있는 코코아 플라바놀과 설탕 간 최적의 비율은 어디인지 단정 지을 만한 연구가 충분치 않으며, 현재 사람들이 코코아 플라바놀을 얼마나 섭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도 없다.

이에 대해 쿤레 교수는 초콜릿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 아니"라면서 "대부분 초콜릿에 함유된 설탕과 지방의 양을 고려해보면 플라바놀이 그 어떠한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한들 과다 섭취했을 때의 부작용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맛을 위한 탐구

그리고 현재 건강상의 이점보단 코코아 고유의 맛을 보존하기 위해 초콜릿 속 코코아 비율을 높이려는 소규모 "코코아에서 초콜릿으로(bean-to-bar)" 기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코코아 고유의 맛을 보존하려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초콜릿의 건강상 이점이 커진다면 어떨까.

영국 초콜릿 기업인 '파이어트리 초콜릿'의 공동 마틴 오데어는 창업자인 태평양 솔로몬 제도에서 코코아콩을 재배해 정확히 기준을 설정해 수확한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기준까지 익은 상태의 콩을 재배한 이후 코코아 껍질을 뜯고 6일간 발효한 뒤 건조한다. 그 후 일부는 영국의 '파이어트리 초콜릿' 공장으로 보내져 원두 자체를 로스팅(굽기)한다고 한다.

초콜릿에 유제품과 설탕을 첨가하면 플라바놀이 체내에서 더 쉽게 흡수될 수 있다

 

오데어 창업자에 따르면 초콜릿 제조 방식은 원래 이랬으나, 20세기 초반에 들어서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코코아는 11~1월까지 수확된 '주요 작물과, 1~6월까지 수확한 '중간 작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오데어 창업자에 따르면 "중간 작물은 크기도 작고 약간 상태가 비교적 좋지 않았기에 기업들이 사 가지 않았다. 그러다 기업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중간 작물도 사들이기 시작했고, 주요 작물과 중간 작물을 섞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콜릿 기업들이 사 온 코코아콩 크기가 서로 다른 상황인 거죠. 콩의 크기가 달라지면 로스팅 시간도 달라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코코아 껍데기를 깨 닙스만 로스팅하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영세 초콜릿 기업들이 이제 닙스뿐만 아니라, 원두 자체를 로스팅하고, 더 낮은 온도에서 오래 로스팅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채소를 너무 오래 요리하면 영양소 함유량이 줄어든다. 그러나 과연 다크 초콜릿이나 카카오 열매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플라바놀이 들어간 식품 중 초콜릿이 유일한 존재는 아니지만, 다크 초콜릿 또한 건강한 식단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맨슨 교수는 "1주일에 몇 번 적당하게 다크 초콜릿을 먹는 건 합리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많이 먹을수록 좋은 건강식품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체내 플라바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차, 베리류, 포도 및 여러 과일뿐만 아니라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도 적당하고 합리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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